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봤다.

프레디 머큐리가 사망한 지 한참 지난 뒤에 일이지만 학창 시절 정말 우연한 계기로 접한 보헤미안 랩소디와 Don`t Stop me Now를 시작으로 퀸의 노래에 심취했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나의 감성 지분의 일부를 차지하는 게 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예고편 만으로도 설레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는 내내 짧게 압축된 퀸의 이야기 속에서 지금 내가 심취해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교훈이 보였다. 내가 생각한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순수하게 영화 속에 나온 내용을 기억해 보면 이렇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아직 DVD가 나오지 않았고, 극장 안에서 녹화나 기록을 할 수 없기에 장면에 나오는 대사는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티클 속 이미지는 주제와 관련 있는 예고편에 나온 장편을 캡처한 것이다. 보충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위키를 이용하기도 했다.

1. 당신의 비즈니스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다른 록스타 지망생과 다른 점은 뭐지?”

기획사와 계약 단계에서 기획사 측 인물이 퀸에게 물은 질문이다. 영화 속 프레디 머큐리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한마디로 퀸에 대해 정의한다.

우리는 부적응자를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 이예요.

스타트업 이라면 비즈니스의 존재의 이유를 설명할 자리가 유독 많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 고객 등 누군가에게 자신의 비즈니스를 설명하는 단 하나의 문장이 중요하다. 사실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왜 존재해야 되는가?”에 대한 대답은 어떤 비즈니스 이건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이다.

2. 항상 언제나 부족한 자원. 어떻게 활용 할 것인가?

머큐리의 합류 이후 퀸은 나름 불러주는 데가 있는 밴드였지만 가난했다. 어딘가 공연 요청을 받고 이동하던 도중 머큐리는 다른 멤버들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해. 미니밴을 팔고 그 돈으로 음반을 내자.”

사실 나름 불러주는 곳을 가기 위한 이동 수단인 미니밴을 판다는 것은 상당한 도전이다. 퀸의 입장에서 유일한 수익 모델인 셈이고, 이 수익모델의 기반이 바로 낡은 미니밴 이기 때문이다.

그 결정은 퀸을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3. 좋은 팀원이 있는가?

시드머니 투자를 받기 위해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심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구성원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왜냐하면 구성원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비즈니스를 과연 실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꾀나 정확한 말이다. 하지만 좋은 스펙과 경험을 가진 구성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거의 대부분 스타트업은 효율적인 조직보다는 창조적인 조직이 되어야 한다. 효율적인 조직은 대부분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즉, 반대자가 없는 조직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창조적인 조직은 더 나은 것을 위해 의견 충돌과 반대자들이 존대한다. “무조건 싫어”가 아닌 생산적인 갈등이 일어날 때 그 조직의 창조성은 극대화된다.

밴드를 깨고 나와 솔로로 활동하던 머큐리는 내적 슬럼프를 겪는다. 그러던 중 라이브 에이드에 참여를 이유로 다시 멤버들과의 재회한 자리에서 머큐리는 이런 말을 한다.

“실력 좋은 연주자가 있었지만, 그들은 반대하지 않았다.”

4. 완성도를 향한 집착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보헤미안 랩소디를 탄생시킨 과정에서 보인 모습은 완성도를 위한 집착을 잘 나타 내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음악 중 가장 비싸고, 공들여 완성시킨 곡으로 남아 있다.

브라이언, 프레디, 로저는 보컬 파트를 매일 10~12시간에 걸쳐 녹음했는데, 그 결과로 180개의 서로 다른 오버더빙이 탄생했다. 록 필드 스튜디오 1은 한 번에 24개의 아날로그 테이프 더빙이 가능했기 때문에, 세 멤버들은 수 차례 오버더빙을 해야 했다. 결국 8번째 테이프에서야 작업은 끝이 났는데, 이 작업 후에는 테이프의 산화철 부분이 거의 완전히 닳아서 없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곡 전체의 다양한 부분들은 면도칼로 잘라 합쳐진 것이다. (출처 : 위키)

완성도를 향한 끝없는 집착은 어쩌면 스타트업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무기 일 수도 있다. 물론 완성도라는 것에만 집착한다는 것을 위험하게 보는 시각도 있고, 여기에 동의한다. 완성도에 아쉬움이 있어도 시장의 평가를 받아보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이고, 개선의 방향성도 선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성도를 향한 집착이 없다면 괜찮은 비즈니스가 나올 리 없다.

5. 기존 공식을 창조적으로 파괴

보헤미안 랩소디는 재생 길이는 5:55초다.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이 노래는 너무 긴 재생시간 때문에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매체의 유통 공식으로는 노래가 너무 길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기획사와 싸우기까지 한다.

프레디 머큐리가 1975년에 이 곡의 싱글을 발표하려는 당시, 사람들은 5분 55초나 되는 이 곡은 너무 길어서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 했었다. 하지만 프레디는 이 말을 무시했다. 곡의 싱글이 발매되기 전, 프레디는 런던에서 DJ를 하는 자신의 친구 케니 에버렛에게 “결코 방송에 내보내지 말라”는 말과 함께 선물했다. 에버렛은 이 노래를 하루에 14번 이상 방송에 내보냈다. 이때부터 모든 대형 라디오 방송사에서 이 노래를 자르지 않고 틀었고, 이 곡은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후 〈 I’m In Love With My Car 〉를 B 사이드로 하여 이 곡의 싱글 앨범이 발매되었다. (출처 : 위키)

퀸은 기존의 유통 공식을 따르지 않았고, 앨범 발매 이전에 대중의 평가를 먼저 받는 방식을 선택했다. (선택인지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영화 속의 그려진 장면은 그렇다.) 만약 앨범 발매의 결정권을 지닌 기획사의 이야기를 들어 재생시간을 줄였다면 지금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스토리에 꾀나 익숙한 편이다.

2015년 영화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는 20대 때부터 블로그에 습관적으로 올린 소설이 누군가의 요청으로 e북으로 볼 수 있는 파일로 만들었고, 또 다른 누군가의 요청으로 아마존의 킨들(0.99$)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인기를 얻고 정식 출간되어 영화까지 만들어졌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1977년에 개봉한 <영화 대부>도 <보헤미안 랩소디>와 아주 유사한 상황 이였다. 너무 긴 영화 길이로 인해 A급 극장들이 상영을 거부한다. A급 극장에 상영 하려면 영화의 플레이 타임을 줄여야만 했다. 하지만 감독은 당시 콘텐츠 유통의 일반적인 공식을 깨고 A급 극장을 거치지 않고, B급/C급 극장에 영화를 배급한다. 많은 의미 변화를 겪어왔지만 <블록버스터>의 의미도 블록(Block)을 버스팅(Busting) 한다는 말과 같이 당시의 모습을 표현한다. 영화가 이 블럭, 저 블럭 가릴 것 없이 많은 수의 B급/C급 극장에서 상영 되었기 때문이다.


퀸은 아주 크게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영화라는 매체의 한계상 비록 그들의 일대기를 꼼꼼하게 다루지 못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순간의 의사결정과 다양한 상황 묘사는 위대한 밴드 퀸의 성장기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것의 성장 스토리는 분명히 대단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드러나던 드러나지 않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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